In mazes like this, hints don’t exist on the first question. However, that was always the hint.
Having no hint is the hint
파도타기🥕🐰☘️🥧❤️🐰🍀
을씨년스러운
DATE 2024/11/17

가을을 끝마치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즐비한 산책로는 요근래 라온의 즐거움이였다. 작은 바람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잎을 털어내는 나무 아래에서 즐겁게 웃으며 낙엽을 맞는 것, 한발치 떨어져 그 한 폭의 그림같은 장면을 감상하는 것, 라온은 그것들을 위해 잘 하지않던 산책이 하루일과씩이나 되었다.
나는 웃으며 낙엽이 내리는 빗길을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보기에 좋지? 낙엽인데도 쓸쓸한 느낌이 하나도 없네."
"눈을 감아도 좋아요. 마른 낙엽들이 부딪히다 쏟아지는 소리, 딱딱한 바닥에 쓸리는 소리, 날카롭게 부는 바람소리까지."

라온은 그것들을 즐기면서도 걸음이 느긋해질망정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 산책로 외곽쪽 아무도 가지않는, 밭도 아니고 개발도 되지않은 울퉁불퉁한 흙바닥과 방해없이 드문드문 심어져서 커다랗고 무질서하게 자란 나무 몇그루만이 황량하게 심어진 황무지(쓰레기도 좀 뒹군다.)를 발견하면 산책로를 벗어나 멈춰선다.

나는 이럴때면 좋아한다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라온은 그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멈춰서선 아무표정 없이, 아마 내가 없었다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계속해서 그 풍경을 바라봤을것이다. 무엇를 되짚어보고 있나? 어떠한것을 상상하는건가? 무엇이 됐든 난 라온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추위도 잊고 몰두한 라온의 옆에서 결국 재채기를 터뜨리면 라온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곤 나를 올려다보는데 그러면 그날의 산책은 끝.

"돌아가요, 이든."

코를 훌쩍이며 수긍의 대답을 하면 라온은 차게 언 손으로 내 손을 잡아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똑같은 낙엽들의 향연에 라온은 다시금 웃는다.
이것들은 라온이를 잡아두지 못하지. 그렇다고 허무하다고 하기엔 저렇게나 기뻐한다. 황무지를 좋아하는건가? 왜지, 텅비어서? 생각해보니 산책시간의 반이나 할애하는 그 황무지에 대한 감상은 듣지못했다는걸 깨닫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어느새 발을 멈춘 나에게 말을걸며 라온은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을 밟으며 부수고있었다.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이야 욘석아.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가을을 타는가봐 잡생각이 드네."
"흐음... 저도 그럴때가 있어요."

나는 라온을 슬쩍 쳐다보았지만 라온은 별내색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기에 더 묻지않고 라온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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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없고 정보값도 없고 끝맺음도 없는 글을 적는것이 좋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