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azes like this, hints don’t exist on the first question. However, that was always the hint.
Having no hint is the hint
파도타기🥕🐰☘️🥧❤️🐰🍀
꿈에 그리던 악몽과 같이
DATE 2024/09/21

썸코배드엔딩+웹툰설정 일부차용+이든라온 욱여넣어!!!!!!

일단 생각나는 장면만 적는중


 

  잠자기를 좋아하던 이든은 근래엔 깊이 잠에 드는것을 경계했다. 고층인 집안 창문 밖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사람의 목소리나, 둘 밖에 없던 집에서 총을 장전하던 소리를 들어버린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라온이 잠을 자다 간헐적으로 숨을 멈추는 무호흡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정신을 깨운 이든은 눈을 뜨지않고 손만 들어서 라온의 코에 대고는 숨을 쉬고있는지 확인했다. 라온은 악몽을 꾸는지 숨을 가파르게 쉬며 신음소리를 내고있었다. 처음 몇번은 라온을 깨웠지만 하루도 거르지않고 악몽을 꾸는 탓에 잠이 부족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갔기에 이제는 라온을 깨우지않고 무언가의 바람을 담아서 작고 차가운 손을 약하게 주물러줄 뿐이였다.

 

정의실현, 악당타도. 뭐 그런것들을 꿈꾸고 싸워왔던 라온이지만 불행히도 어쩌면 당연스럽게도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실력좋은 해커와 천재 프로파일러 그리고··· 명탐정의 합세에도 손을 뻗지 않은곳이 없는 대기업엔 당해낼 방도가 없었고 어설프게 누더기처럼 살아난 기억 속 상냥한 소꿉친구와 친구가 된 카페사장님은 살인마가 되어있었다. 싸움에서 졌고 이제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는 것보다 믿던 사람들의 배신이 라온에게 큰 패배감을 느끼게했다. 그들의 변명같은 말은 그녀에게 닿지않았고 라온은 모든것을 관두고싶은 깊은 피로감에 시달렸다. 그런 라온에게 어쩐지 책임감을 느낀건 이든이였다. 그의 성정이 정의롭다곤 하지만 젊은 나이에 남은 삶을 꼴아박아야할지도 모르는 일에 생각없이 본인을 내던지는 사람은 아니였다. 그의 어머니에게 라온을 직접 부탁받았기 때문일까? 가깝던 사람이 소리소문없이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였을까? 평소답지않게 이든은 그냥 그러기로 했다. 본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그 모든 이유고 그것들이 매우 타당하다고, 깊이 생각하지않고 그러기로 했다.

이든은 눈을 뜰 힘도없는 라온을 위해 바닥에 쪼그려앉아 시선을 맞춰주곤 힘을주고 말했다. "지금 떠나야해."

 

*

윤라온은 살기위해 해외 도처를 돌며 도망치고 있었지만 음식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만 섭취했다. 이든은 그런 그녀를 보며 '내가 떠나면 필시 윤라온은 죽는다.' 라고 속으로 단언했다. 그건 그녀가 생활력이 현저히 떨어지기에 생존에서 일방적으로 낙오된다는 의미가 아니였다. 본인을 져버리고 떠나간 이든에 대한 저주또한 아니리라.
실제로 라온은 살고싶지않았다. 비어버린 탄창마냥 육체에는 더이상 장전시킬 삶에 대한 의욕이란게 남아있지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자고, 음식을 섭취하고, 살기위해 발버둥치는건 곁에 있는 이든 때문이였다. 본래도 자기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한 그녀였지만, 그녀의 어머니 김세은이 살해당한 이후 그것은 몇배로 불어나서 강박이 되었다. 라온은 주먹에 쥔 얼마 남지않은 모래를 사수하려는 것 마냥 절박하게 굴었다. 쫓기는건 윤라온 이었지만 라온은 이든이 본인 곁에 남아있는한 그를 지키려했다.

 

위험한건 자기자신 뿐이니 오직 저만을 위해 자발적으로 따라나서준 이든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동안 고개를 들지못했기에 결국엔 이든의 곁을 떠나서 도망친적도 있지만 그녀의 여력으로 따돌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금방 라온을 멈춰세운 그는 어느감정도 비추지않는 그녀를 타이르거나 걱정하기보단, 단지 얘기했다. "무슨일이 생기던 니가 안보면 그만이다 이거야?" 이든은 라온의 가장 무르고 멍든 부분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내리눌렀다. 살을 비집고 가르며 들어가듯 뭉근하게 조여지는 마음 속 감각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가 난생 처음느끼는 배덕감이었다.

라온은 금새 울 것 같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

이든은 이미 오래전 충동적으로 구겨버린 라온의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바라보았다. 어쩐지 피어났던 라온에 대한 원망의 흔적이 사진 곳곳에 퍼져서 라온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없게끔 줄그어놨지만 아랑곳하지않고 과거를 회상했다. 사진 속 라온은 다채로운 색들의 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고있었다. 꽃을 사다줄까? 이 모든것들을 다시 그때로 돌려놓을 수 있는 장치가 된 것 마냥 다발지을 꽃을 한송이 한송이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는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했지만 현재를 만든 일련의 선택들에 후회는 하지않았다. 이런 묘한 양가감정 따위에 감성적이게 되지 않는것도 계속 이어지는 여행 중 변한 부분이었다. 이든은 사진을 꾹꾹 눌러펴곤 다시 지갑 안에 넣었다.

 

*

이든은 인적이 드문 시골에 정착한 삶을 상상했다. 그래도 라온이는 사람과 어울리는걸 좋아하니 이웃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곳이 좋겠네. 근처에 숲도 있으면··· 아, 야생동물이 나올테니 위험한가? 그래도 넓은 들판이나 밭이 보이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으니 고려해보자. 배달음식이나 외식은 어려워질테니 요리연습을 더 해둬야겠지. 나중엔 사이좋은 주민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을···.

 

거기까지 생각한 이든은 한숨을 뱉듯 허 하고 웃곤 생각을 멈췄다. 창밖엔 곧 태풍이 오려는지 거센 바람과 이든보다 3배는 큰 나무가 창문을 날카롭게 두들기며 흔들었고 윗층의 소음이 천장에서 드문드문 울렸는데, 그 모든것이 자장가처럼 들려와서 이든은 어쩐지 노곤해졌다. 둘을 괴롭히는 문제중 어느것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모든것이 해결된 듯 아주 평온한 마음만이 심장을 느리게 박동시켰다.

 

그 어떤 의무감도 얹지않은 채로 이든은 가볍게 라온의 입술위에 키스를 하곤 이불을 다시금 빳빳히 펼쳐 덮어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며 약하게 신음했다.

이든은 아주 오랜만에 깊고 긴 잠을 청하자 다짐했다. 즐거운 꿈을 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