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azes like this, hints don’t exist on the first question. However, that was always the hint.
Having no hint is the hint
파도타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머리카락이 긴 둘은 우스운 꼴을 면하지 못했다.
DATE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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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은 아예 시야를 포기하곤 눈을 꾹 감아버렸다. 긴 앞머리가 얼굴을 때리며 눈을 자꾸 찌르는 탓이었다. 두꺼운 패딩에 바람까지 거세니 움직이기 힘들어진 라온도 자리에 서서 몸을 웅크렸다. 단정하게 묶여있던 라온의 목도리가 크게 펄럭이더니 깃발 마냥 높게 섰다. 이든은 그 모습을 보곤 풉 하고 웃었지만 뾰족하게 쳐다보는 라온의 눈초리에 금세 표정을 갈무리하곤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쇠 했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상태로 코트 앞을 열며 라온에게 고갯짓했다.

"바람이 너무 세네, 들어와있어"
"됐어요... 패딩 입은 사람이 무슨 코트 입은 사람한테 기대나요"

사실 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든의 품에 안기는 것이 썩 민망했다. 연인은 맞으나 아직 커플링도 없는 상태로, 연인들의 행동이 아직 자연스럽지 못한 연애초기였다. 이든은 가늘게 뜬 눈으로 저보다 두 뼘은 더 작은 라온을 내려다봤다. 바람이 큰소리를 내며 특히 요란하게 불어올 때는 라온이 휘청이는 것 같이 보였다. 결국 그는 종종걸음으로 라온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 속에 넣었다. 당황한 라온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으나 이든이 강하게 끌어안고선 놓아주지 않았다.

"이,이든은 안 추워요?"
"난 열이 많아서. 거기다 껴안고 있는 건 추위에 도움이 되잖아?"

겨울바람에 차갑게 언 패딩을 안아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따지려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예상 한 듯 먼 산을 보며 휘파람 부는 시늉을 하는 그를 보고선 도로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이든은 확실히 열이 많은 편인 것 같았다.  평소의 구겨진 양복 차림에 약간 두께감 있는 코트 하나를 걸치고선 겨울을 나는데도 추워하는 기색하나 없었고, 그의 품에 들어온 지금이 확실히 훈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든의 열을 뺐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던 라온은 내동 어색하게 끌어안겨 있다가 그의 품 속에서 벗어나려는 듯 꿈틀거렸다.

"이든 잠깐만 놔 봐요"
"그냥 안겨있어, 너 감기 걸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좀 힘이라도 풀어봐요"

이든은 의아한 표정으로 팔을 약간 벌려 품 안의 공간을 넓혀주자 라온은 그제야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의 코트 안에서 조금 고민하는 듯 머뭇거리는 정수리가 괜히 귀여워 보인단 실없는 생각을 하던 차에 품 안의 라온이 저를 마주 안아오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이든의 몸이 긴장으로 약간 굳는 게 느껴져 라온은 부끄러움을 조금 걷어낼 수 있었다. 별다른 말없이 다시 품을 닫아주는 이든의 가슴팍에 고개를 폭 기대곤 밀착시켰다. 약간 빠르게 느껴지는 그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번엔 라온이 풉 하고 웃어버렸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