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azes like this, hints don’t exist on the first question. However, that was always the hint.
Having no hint is the hint
파도타기🥕🐰☘️🥧❤️🐰🍀
220531이든라온
DATE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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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은 그저 이든이 의미 없이 흘린 것들을 주워닦는 마른 스펀지 신세에서 그에게 직접 유의미한 것들로만 채워지는 이든의 소중한 물병이 된 기분이었다.

 

고양이와 눈키스를 하듯 이든은 눈을 느릿하게 두어번 깜빡였다. 그의 근처를 배회하던 야옹이가 화답하듯 그가 누워있는 쇼파에 훌쩍 뛰어올라 목 부근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이든의 시선엔 라온이 걸려있었다.

이걸 어떻게 말한담...

마음을 들킨쪽은 라온이지만 어째 속은 저만 타는 것 같았다. 기만이라 생각하진 않을까? 진심을 몰라주는 애는 아니니까... 사서 걱정을 하는 타입은 아니였지만, 라온 관련한 일엔 자꾸만 예외가 생겼다. 냉철한 아민이 라온의 앞에서만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던 모양새가 생각났다. 차라리 나도 자각하지 못했으면 나았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든은 눈치 빠른 명탐정이였다. 본인도 예외는 아니였다.
침울해져선 눈썹을 늘어뜨리곤 다시 라온을 보는것에 집중하자 언제부터였는지 그녀는 이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라온은 이든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든은 긴장과 놀라움에 티나지 않게 몸을 움찔였다. 곧 이든의 얼굴 근처에 멈춰선 라온이 몸을 약간 숙이고는 작고 하얀 손을 가까이했다. 이든은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채 숨을 멈추고 슬쩍 눈을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제 얼굴에 느껴지는 감촉은 없었다. 턱 바로 밑에 있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 야옹이... 민망함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라온의 손으로 장난을 시작했는지 야옹이의 움직임이 커지더니 이든의 얼굴을 덮치듯 몸통 전체가 그의 안면으로 무너져내리며 퍽 소리를 냈다. 뜨끈하고 물컹한 털들이 이든을 숨쉬기 답답하게 만든데다 안그래도 단정치 못한 앞머리들을 난잡하게 흐트렸다. 꼭 제 심정 같아서 안정감이 느껴지는게 우스웠다. 라온이 야옹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얼굴을 덮고있던 감촉이 사라졌다. 이든이 힘없이 눈을 뜨니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던 라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라온은 그를 불렀다. 이든, 그만 일어나요. 이번엔 착각이 아닌 명백히 제 얼굴로 오는 라온의 손을 보고도 이든은 눈을 감지 않았다. 저희 일하고 있잖아요 안보이는 곳에서 자던가... 퉁명스런 말과는 달리 그녀의 손은 아주 조심스럽게 이든의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손가락이 은근히 닿는 귀가 따듯하게 간지러웠다. 쓰다듬을 받는 고양이가 된 양 이든은 거절도 없이 가만히 그 손길을 받다가 툭 말했다. 야옹이는 좋겠네. 이든은 인간이니까 그만 일 하시죠. 아마 착각한 모양이지만 그것도 해당사항이 아닌건 아닌지라 하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yunicorn